이더리움 펙트라와 푸사카 업그레이드 정리: EIP-7702 스마트 계정은 무엇을 바꿨나
· 시스템 트레이딩
이더리움은 지분증명 전환 이후에도 거의 매년 하드포크를 통해 프로토콜을 바꿔 왔습니다. 이 글은 그중 최근 두 번의 대형 업그레이드인 펙트라(Pectra)와 푸사카(Fusaka)가 지갑, 검증자, 데이터 계층에서 각각 무엇을 바꿨는지를 기술 구조 중심으로 정리한 자료입니다. 가격이나 시세에 대한 전망은 다루지 않으며, 프로토콜이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와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춥니다.
■ 1. 업그레이드의 시간 순서부터 정리하기
- 2024년 3월 덴쿤(Dencun) 업그레이드에서 EIP-4844, 이른바 프로토-단크샤딩이 도입되며 블롭(blob)이라는 임시 데이터 공간이 생겼습니다. 롤업이 데이터를 콜데이터 대신 블롭에 올릴 수 있게 되면서 레이어2의 데이터 게시 비용이 크게 내려갔습니다.
- 2025년 5월 7일 펙트라(Pectra) 업그레이드가 메인넷에 적용되었습니다. 실행 계층 업그레이드인 프라하(Prague)와 합의 계층 업그레이드인 일렉트라(Electra)를 합쳐 부르는 이름이며, 지분증명 전환 이후 한 번에 가장 많은 EIP가 포함된 하드포크로 소개되었습니다.
- 2025년 12월 3일에는 후속 업그레이드인 푸사카(Fusaka)가 적용되었습니다. 실행 계층 오사카(Osaka)와 합의 계층 풀루(Fulu)를 합친 이름이며, 핵심은 데이터 가용성 샘플링 방식인 피어다스(PeerDAS)입니다.
- 즉 흐름은 덴쿤이 블롭이라는 공간을 만들고, 펙트라가 지갑과 검증자의 사용성을 고치고, 푸사카가 그 블롭 공간을 노드 부담 없이 넓히는 순서로 이어집니다. 각 업그레이드는 독립된 사건이 아니라 확장성 로드맵의 연속된 단계로 보는 편이 이해가 빠릅니다.
■ 2. EIP-7702, 일반 지갑에 스마트 계정 기능을 붙이는 방식
이더리움에는 오래전부터 두 종류의 계정이 있었습니다. 개인키로 통제하는 외부소유계정(EOA)과, 코드로 동작하는 컨트랙트 계정(CA)입니다. 우리가 흔히 쓰는 지갑 주소는 EOA이고, 여기에는 코드가 없기 때문에 조건부 실행이나 일괄 처리 같은 기능을 넣을 수 없었습니다.
- EIP-7702는 새로운 트랜잭션 유형을 도입해, EOA가 서명한 위임 지정(delegation designation)을 통해 자신의 주소에 특정 컨트랙트 코드를 가리키는 포인터를 심을 수 있게 했습니다. 계정 주소와 개인키는 그대로 두고, 그 주소가 실행할 코드만 위임하는 구조입니다.
- 그 결과 하나의 트랜잭션 안에서 여러 동작을 묶는 배칭이 가능해집니다. 예를 들어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토큰 사용 승인(approve)과 교환(swap)을 각각 서명하던 절차를 한 번의 서명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. 서명 횟수와 왕복 대기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사용자가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입니다.
- 가스비 대납, 이른바 스폰서 트랜잭션도 가능해집니다. 서비스 제공자가 수수료를 대신 부담하거나, 사용자가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으로 수수료를 정산하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. 다만 이는 프로토콜이 자동으로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지갑과 애플리케이션이 그렇게 구현해야 작동합니다.
- 권한을 제한한 세션 키, 지출 한도 설정, 사회적 복구 같은 기능도 위임 컨트랙트 설계에 따라 구현할 수 있습니다.
- 기존의 ERC-4337 계정 추상화는 별도의 스마트 계정 주소를 새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이미 자산과 이력이 쌓인 주소를 옮기기 어려웠습니다. EIP-7702는 쓰던 주소를 유지한 채 기능만 얹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.
- 보안상 유의할 점도 분명합니다. 위임 대상 컨트랙트는 그 계정의 자산을 다룰 권한을 갖게 되므로, 검증되지 않은 컨트랙트로 위임을 유도하는 피싱은 실제로 보고된 위험입니다. 어떤 컨트랙트에 위임했는지 확인하고 필요 없을 때 위임을 해제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.
■ 3. EIP-7251, 검증자 최대 유효 잔액 상향
- 기존 이더리움 검증자는 유효 잔액 상한이 32 ETH로 고정되어 있었습니다. 큰 규모로 스테이킹하려면 32 ETH 단위로 검증자를 계속 늘려야 했고, 그만큼 네트워크가 처리해야 할 검증자 개수도 함께 늘었습니다.
- EIP-7251은 최대 유효 잔액(MaxEB)을 2,048 ETH까지 올렸습니다. 최소 요건인 32 ETH는 그대로 유지되므로 소규모 스테이커의 조건은 달라지지 않고, 대규모 운영자만 검증자를 통합할 수 있게 된 구조입니다.
- 검증자 수가 줄면 합의 계층이 주고받아야 하는 증명(attestation) 메시지도 줄어듭니다. 이는 노드의 대역폭과 연산 부담을 낮추고 합의 처리 여유를 확보하는 효과로 이어집니다.
- 32 ETH 상한에서는 초과 보상이 그대로 쌓여 있어 재스테이킹을 수동으로 해야 했지만, 상한이 올라가면서 보상이 유효 잔액에 반영되어 자동 복리처럼 작동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.
- 펙트라에는 이와 짝을 이루는 EIP-6110(예치 처리를 실행 계층에서 직접 반영)과 EIP-7002(실행 계층에서 출금·퇴출 요청 트리거)도 함께 포함되어, 스테이킹 진입과 이탈 절차가 이전보다 단순해졌습니다.
■ 4. 푸사카와 블롭 확장의 의미
- 푸사카의 핵심인 피어다스(PeerDAS)는 모든 노드가 모든 블롭 데이터를 전부 내려받는 대신, 각 노드가 데이터의 일부 조각만 샘플링해 가용성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.
- 전부 받지 않아도 데이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률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, 노드 하드웨어 요구치를 크게 올리지 않으면서 블록당 블롭 수용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.
- 블롭 용량은 롤업의 데이터 게시 단가와 직결됩니다. 용량이 늘면 블롭 수수료 경쟁이 완화되고, 레이어2 사용자에게 전가되는 비용도 낮아지는 경로가 만들어집니다.
- 푸사카 이후에는 블롭 파라미터만 조정하는 소규모 포크(BPO)를 통해 용량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식이 함께 논의되었습니다. 한 번에 크게 올리는 대신 네트워크 안정성을 관찰하며 조정하는 접근입니다.
■ 5. 업그레이드 이후 확인해 볼 만한 지표
투자 판단과 무관하게, 프로토콜 변화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려면 다음과 같은 공개 지표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.
- 활성 검증자 수와 총 스테이킹 물량: EIP-7251 이후 검증자 통합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지표입니다.
- 위임 지정이 설정된 계정 수: EIP-7702가 실사용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 주는 직접적인 수치이며, 블록 탐색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.
- 블록당 평균 블롭 개수와 블롭 기본 수수료: 데이터 공간이 실제로 소진되고 있는지, 여유가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.
- 주요 레이어2의 평균 거래 수수료: 블롭 용량 확대가 최종 사용자 비용으로 내려왔는지 확인하는 지표입니다.
- 노드 동기화 시간과 하드웨어 요구 사양 변화: 탈중앙화 수준과 직결되는 항목입니다.
■ 6. 용어 정리
- EOA(외부소유계정): 개인키로 통제되는 일반 지갑 주소로, 자체 코드가 없는 계정입니다.
- 컨트랙트 계정: 배포된 코드에 따라 동작하는 계정으로, 개인키가 아니라 코드 로직이 동작을 결정합니다.
- 계정 추상화: 계정의 검증 규칙과 실행 방식을 프로그래밍 가능하게 만드는 설계 방향을 가리킵니다.
- 하드포크: 이전 규칙과 호환되지 않는 프로토콜 변경으로, 네트워크 참여자가 모두 새 규칙의 클라이언트로 갱신해야 합니다.
- 블롭(blob): 롤업이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게시하는 전용 공간으로, 일정 기간 후 폐기되어 체인 상태를 영구히 늘리지 않습니다.
- 데이터 가용성 샘플링: 데이터 전체를 받지 않고 무작위 조각을 확인해 데이터가 실제로 공개되었는지 검증하는 기법입니다.
- 최대 유효 잔액(MaxEB): 하나의 검증자가 보상 계산에 반영할 수 있는 예치금 상한을 뜻합니다.
■ 7. 정리
펙트라와 푸사카는 성격이 다른 업그레이드입니다. 펙트라는 지갑과 검증자라는 사람이 만지는 층위를 정리했고, 푸사카는 데이터 계층의 처리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습니다. 두 업그레이드 모두 기능이 프로토콜에 들어갔다는 사실과 그 기능이 실제로 쓰이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며, 위임 계정 수나 블롭 사용량 같은 공개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. 기술 문서와 이더리움 재단의 공식 발표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.
■ 투자 유의사항
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라 산업·기술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정보 제공 목적의 자료입니다. 모든 투자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으며,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. 본문의 수치는 작성 시점(2026년 8월) 기준이며 이후 변동될 수 있으므로, 실제 투자 전 반드시 공시와 최신 자료를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.